코로나 드림 제너레이션
코로나가 언론에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건 2020년 1월 중국에서부터이다. 그리고 2월부터는 한국, 5월 정도부터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 감염이 전파되었다. 초기에는 그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 되지 못하였던 데다가, 뉴스 매체가 뉴욕, 우한 등에서 사망 보도 등을 통해 그 심각성을 일반인들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따라서 강한 락다운 혹은 사업 통제 등의 조치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로 인해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고, 2020년 상반기에는 일부 기업들의 대량 해고나 큰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
2020년 초의 충격은 사람들에게 노동가치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여유시간를 부여하였다. 사람들은 여유시간을 유용하여 재취업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시작하였다. 즉, 2020년의 충격은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로 일컬어지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추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서 2008년부터 이어진 저금리, 추가적인 지원금, BNPL(Buy Now Pay Later) 등으로 상징되는 용이한 대출환경, 코인, 주식 등의 자산가치 상승속도, 그리고 MMT(Modern Monetary Theory)로 뒷받침되는 물가유지에 대한 믿음은 많은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이 대출을 통해 주식, 코인 투자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언론은 현재 20/30대를 자유분방하고 개인 가치를 중시하는 세대로 특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예전 X세대 등 신규 세대를 수식하는데도 사용되었던 만큼, 현재 20/30대를 특성화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20/30대의 경제/직업관을 정의하는 가장 큰 이벤트는 IMF 외환위기라고 생각한다. IMF 외환 위기 때 부모 세대를 통해 정년보장의 모순을 간접적으로 느낌으로서 회사 근무를 통한 경제안정성을 불신하고 있다. 이러한 성향 또한 20/30대들이 코로나 시국에 회사 업무보다는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 동안 대표적으로 인기가 많던 투자자산은 바로 부동산일 것이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세 도입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서울,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동산 하락이 일어났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인해 일차적으로는 서울에서의 집값 상승이 가속화되었고, 더 나아가 오피스텔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졌다. 여파는 한동안 조선경기 침체로 인해 집값이 많이 하락했던 거제와 같은 지방에까지 닿았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어느 정도 고정 수익이 있던 사회생활 중-고년차에게 가능한 투자 옵션이었다.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20/30대에게 급박한 절망감을 가져왔고, 이는 그들이 불안정한 노동소득에 안주하는 대신 코인/주식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는 데 몰두하게 만들었다.
지난 2년간 가장 인기있던 투자처는 미국 주식일 것이다. 1999년 닷컴 버블 이후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IT 분야의 침체가 퍼져나갔으나 일부 경쟁력있는 기업들은 생존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여 IT 회사들의 유동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회복하기 시작했다. 16년 전후로는 원자재 가격 하락 사이클에 국면함에 따라 더 많은 투자자본들이 IT 분야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이로 인해 IPO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었고, 주가가 개선하였다. 호황의 분위기에 힘입어 애플, 구글 등의 성공신화가 퍼지기 시작했고, 이는 사람들에게 스티브 잡스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미국 천재들은 일반인들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이다. 하지만 천재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어느 순간부터 불가능한 것에 대해 주장하는 ‘엘리자베스 홈스’와 같은 잡스 키드들에 대한 상식적인 비판도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코로나 시국에 주가 상승을 가속화한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테크 기업들이 제시하는 우주여행, 친환경 에너지, 크리스피 유전자 가위, AI, 메타버스 등의 장밋빛 미래를 맹목적으로 수용했다. 이는 언론, 유튜브, 유관 분야 지식인들을 통해 확증편향되었고, 결국 시가총액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처로서의 가상화폐는 낮은 규제와 높은 변동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로 인해 2017년에 일차적인 화폐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 후에 많은 코인들이 ICO되면서 화폐시장은 열기를 띄었다. 일반인들은 중앙 규제의 부재와 전자화 성격으로 인해 가상화폐를 미래지향적인 화폐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는 규제가 없다는 측면에서 위험자산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큰 변동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가치유지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현재 가상화폐 투자를 폰지 투자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버리는 데 일조하였다. 전자화의 이점은 중앙은행 주도의 전자화폐에 의해 희석되었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같이 과대한 전력소비를 요구하는 전자화가 과연 비용 및 환경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2020년을 기준으로 코로나 발병 이외에는 아무 급격한 기술적 발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갑자기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고,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로 구동되는 전기차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러 가는 세상을 이야기하며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결국 코로나 시국에 시가총액 상승속도는 가속화되었고, 현재 2022년 주가는 급격한 하락을 보여주고 있다. 월가 투자자본은 저평가된 원자재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화폐유통량 증가량에 비해 인플레이션은 매우 완만하게 일어났고,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MMT를 주장하며 더 큰 정부 예산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자금들이 실제로는 소비 시장으로 유입되기 보다는 지난 10년동안 주식 시장으로 쏠려 들어가면서 인플레가 방지된 측면이 있다. 테크 회사들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현실이 대중들에게 인식되면서 주식시장의 상승분만큼의 투자액이 다시 원자재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주가 시가총액이 지난 10년동안 증가된 만큼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지난 10년동안 S&P 500가 약 3배 증가한 속도로 동일하게 물가가 올라간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금리에 대한 결정을 해야한다. 만약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경우, 디폴트에 대한 압박은 약해지겠지만 현재의 물가 상승을 더 가속화시키고 현금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을 하는 경우, 물가 상승를 억제할 수 있는 반면 단기적으로 파산 등으로 인한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대한 예시는 1970–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일본 버블경제 이후 잃어버린 10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승리 후 미국에서 대량생산시스템을 기반으로 자동차, 컴퓨터 등의 산업이 발전하였다. 이로 인해 지금의 FAANG에 대응하는 Nifty 50라는 주식들이 큰 인기를 얻는 등 주식시장은 활황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70년대에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대두하면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회사 파산들로 인해 실업률은 높아지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은 80년대까지 금리인상을 미루게 된다. 카터/레이건 정부에서 폴 볼커가 강한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70년부터 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때 미국이 금리는 8~11%로 유지하는 동안, 주가는 약 60% 감소하였고, 실업률은 9%, 물가상승률은 5%~15%를 유지하였다. 그 후 79년 폴 볼커가 11.5%에서 15.5%로 기준금리인상을 단행하였고, 이는 모기지 금리 18% 은행금리를 20%까지 이끌어올렸다. 3년만에 인플레이션율은 결국 14.8%에서 2.4%로 감소하였고 그 후 긴축을 풀면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실업률은 10프로에 달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약 1.5%인 반면 물가상승률은 8%대, 실업률은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어림잡아 우리가 70년대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어떻게 될까? 약 10년 동안 금리, 물가의 과격한 인상을 생각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빚을 내고 투자한 사람들,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들의의 파산으로 인해 실업율은 증가할 것이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 구매력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트렌드로 상황이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하고, 삶, 사회, 경제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해답은 문화,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 버블경제 이후 잃어버린 10년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