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의 가속화
미국 Covid-19 일일 감염자가 8만명을 돌파하였다. 주요 언론들은 역대 최고 감염자 수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미국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추가적인 락다운 및 경기 침체를 경고한다. 반면에 유투브를 포함한 일부 대안 언론들은 다른 나라보다 검사수가 많기 때문에 감염자가 폭증한 것이며, 사망자 수 또한 다른 원인으로 죽었지만 Covid-19에 감염이 된 경우 또한 포함시키므로 현재 미국의 Covid-19에 대한 경계는 과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어떤 주장을 믿어야 할 것인가?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한국 언론에서는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파티를 많이 하기 때문에 covid-19 감염자가 폭증하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일 감염자 1만명에 도달하였던 7월의 경우 강력한 락다운으로 인해 모든 공공장소가 문을 닫았고, 미국의 낮은 인구밀도로 인해 외부에서도 충분한 사람 간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파티라 부를 수 있는 정도의 모임도 그렇게 흔치 않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높은 인구 밀도, 그리고 술집이나 식당은 그대로 오픈한 상태였으며, 젊은 층들은 사람 간 모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기 떄문에 오히려 미국보다 감염 위험이 높으며, 한국 검사 시스템에 문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주장을 믿어야 할 것인가?
최근 들어서는 기존 언론에 의존하기보다는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에 기반하여 유투브를 비롯한 대안 언론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반지성주의에 기반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권위를 지닌 지식인들의 지식을 거부하는 양상을 지닌 반지성주의에 대한 담론은 19세기 초 미국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었던 바 있다. 예를 들어 책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대중들이 실용성과 경험에 기반하여 지식인들을 거부하였으며, 이러한 기조가 결국 마녀사냥 식의 반공주의인 매카시즘으로도 투영되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검색엔진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스스로 습득하고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스스로의 가치관을 정립함으로서 전통적인 집단이 주도하는 여론에서 이탈하는 양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반지성주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일부는 사람이 자극적인 정보에 쉽게 노출되면서 음모론에 빠지는 현상으로 반지성주의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누적된 전통적인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반지성주의를 가속화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미국 대선 여론 조사 결과, 나스닥 상장 루이싱 커피 분식회계 사건, 미국 대학 입시 부정 논란, 고등학생 저널 논문 저자 논란, 청담부자 이희진과 같은 매스컴의 가짜 전문가, 언론 오보와 같은 사건들은 전통 시스템과 전문가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사건은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전통적인 매체나 전문가에 대한 반지성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 반지성주의는 규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대안 미디어에 여론 주도권을 넘겨줘 정치적 양극화를 촉진할 수 있다. 극단적 정치적 양극화는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한 가지 매우 극단적인 예로서 선거 부정 논란과 분리운동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선거 후 대안 미디어에서 선거 불복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경우,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이로 인해 각 지역구에서 국가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과열되면서 투표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각 개인는 이러한 리스크에 대해 인지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